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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빛과 소금이 되려면

빛과 소금 (출처: hopeinrhodes.blogspot.com)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마태복음 5:13~16).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스님처럼 깨달음을 위해 엄격한 계율을 지키면서 고행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말씀하셨다. 우리의 의가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낫지 않으면 '절대로' 천국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를 믿는다고 고백만 하면 천국에 간다고 스스로 믿는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우리를 천국에 가도록 보장한다고 생각한다.[각주:1] 물론 맞는 말이다. 예수를 참되게 믿는 사람이라면 주님의 계명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그러나 예수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사람일지라도 계명을 지키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그는 거짓 그리스도인이므로 결코 천국에 갈 수 없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자들을 없애러 왔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없애러 온 것이 아니라 완전하게 하러 왔다.
내가 분명히 말해 둔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한 점이나 한 획도 결코 없어지지 않고 다 이루어질 것이다.
누구든지 이 계명 가운데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면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계명을 실천하고 가르치면 하늘 나라에서 위대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해 두지만 너희 생활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보다 의롭지 못하면 너희가 절대로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이 말씀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스도인은 스님이 욕망을 버리기 위해 출가하여 고행을 하는 것보다 더한 노력으로 철저하게 계명을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길을 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것은 좁은 문이다 (마태복음 7:13~14). 세례를 받는 순간부터 그리스도인은 출가한 스님보다 더한 노력으로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데 정진하여야만 한다. 다만, 스님은 세속을 떠나서 수행하는 반면, 그리스도인은 온갖 유혹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수행하여야 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길은 더욱 어려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참된 그리스도인의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계명을 지킨다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

모세의 법에는 ‘살인하지 말아라. 살인하면 누구든지 재판을 받게 된다’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형제에게 이유 없이 화내는 사람은 재판을 받고, 자기 형제를 어리석다고 욕하는 사람은 법정에 끌려가게 될 것이며, ‘이 미련한 놈아!’ 하고 말하는 사람은 지옥 불에 들어갈 것이다.

살인은 누구나 큰 죄인 줄 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하는 것은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에 바쁘다. 예수님께서는 "화를 내고 욕하는 자"는 "누구든지", 즉 믿는 자이건 믿지 않는 자이건 관계없이 모두 지옥 불에 들어간다고 말씀하셨다. 한편, 주님은 간음죄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다.

또 율법에는 ‘간음하지 말아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정욕의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는 사람은 이미 마음으로 그녀와 간음하였다.
오른눈이 너를 죄 짓게 하거든 빼어 버려라. 몸의 한 부분을 잃을지라도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더 낫다.
또 오른손이 너를 죄 짓게 하면 그 손을 잘라 버려라. 몸의 한 부분을 잃을지라도 온 몸이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 더 낫다.

간음은 세상 법에서도 죄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정욕의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는 행동은 죄로 인식되지 않는다. 나 역시 정욕과 음란한 생각으로 여자를 쳐다보는 것을 그다지 심각한 죄로 여기지 않았었다. 그저 약간의 양심의 가책만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주님은 정욕으로 여자를 쳐다보는 것은 이미 그녀와 마음으로 간음을 한 것이므로 지옥 불에 던져지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오른눈이 죄 짓게 하거든 눈을 빼어버리고 오른손이 죄 짓게 하거든 손을 잘라버려라"고 하셨다. 스님이 정욕을 버리기 위해 하는 고행도 이보다 더 처절할 수 있을까?

이처럼 그리스도인은 아무리 작은 죄라도 철저히 멀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나의 죄에 대해서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철저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되, 다른 사람의 죄에 대해서는 오히려 품고 용서하고 나아가 그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말씀하셨다.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아라’ 한 말을 듣지 않았느냐?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한 사람을 대적하지 말아라. 누가 네 오른뺨을 때리거든 왼뺨도 돌려 대어라.
너를 고소하여 속옷을 빼앗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겉옷까지 주어라.
누가 네게 억지로 오 리를 가자 하거든 십 리를 가 주어라.
네게 요구하는 사람에게 주고 꾸어 달라는 사람에게 거절하지 말아라.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여라’는 말씀을 듣지 않았느냐?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핍박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라.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 된 도리이다. 하나님은 해가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에게 다 같이 비치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과 의롭지 못한 사람에게 비를 똑같이 내려 주신다.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너희가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무원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겠느냐? 
믿지 않는 사람들도 그렇게 하지 않느냐?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완전하여라.

악한 사람을 대적하지 말고, 원수를 사랑하며 핍박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말씀이다. 상상해 보라. 누군가가 갑자기 내게 와서 오른뺨을 때린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함께 대항해서 똑같이 그의 뺨을 때리던지, 경찰을 불러 그를 체포되도록 할 것이다. 또 누가 내게 화를 내고 욕을 할 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똑같이 그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해서 앙갚음을 하려 할 것이다. 또한 누가 내 물건을 빼앗아 간다면 과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빼앗긴 물건을 찾으려 할 것이다. 

용서와 화해 (출처: blog.naver.com/sjcheong)

 
그런데, 주님께서는 악한 사람이 와서 무슨 짓을 하던지 대항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악한 자의 폭력에 그저 수동적으로 대항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그가 요구하는 것보다 곱절로 주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수동적 저항'이 아닌 '능동적 저항'이다. 즉, 오른뺨을 때릴 때 왼뺨도 돌려대고, 속옷을 빼앗고자 할 때 겉옷까지 주며,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할 때 십 리까지 가 주라는 것이다. 대항하지 말고 참고만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가 빼앗아 가려는 것보다 곱절로 주라니... 그러나, 이것이 진정 이기는 것이다. 선은 악을 이기고, 사랑은 미움을 이기며, 용서는 증오를 이긴다. 사랑의 법도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예수님을 참으로 믿지 못할 때 나는 이 말씀을 온전히 실천하지 못하였다. 누군가가 내게 화를 내고 모욕할 때 나는 조금도 참을 수 없었다. 그가 나를 모욕한 만큼 그에게 모욕을 주었고, 그가 내게 상처를 준 만큼 그에게 상처를 주었으며, 그가 나를 때린 만큼 나도 그를 때렸다. 아아! 내가 좀 더 일찍 예수님을 참되게 알았더라면 그에게 상처와 아픔을 덜 주었을텐데...

이제 나는 주님께 감사드리고 찬미하지 않을 수 없다. 내게 화내고 모욕하는 사람이 가까이 있음을. 누군가가 내게 화내고 모욕할 때, 나는 그보다 두 배로 더욱 그를 사랑하고 그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핍박하고 해하는 사람에게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는 참된 하나님의 자녀이고 싶다. 또한 아무리 작은 죄라도 철저히 멀리하고, 죄를 지었을 때 진실한 마음으로 회개하고 다시 주님께로 나아가는 그런 그리스도인이고 싶다. 바로 그것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길인 까닭이다.
  1.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게 될 것이며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처럼 될 것이다. (이사야 1:1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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