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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노트

비움과 채움


한때 무성한 잎들을 모두 내려놓기 시작하는 나무, 
새로운 나이테를 더하기 위한 절실한 세월과의 약속이다
그로하여, 내 마음 안의 온갖 잡동사니를 비우는 일, 
자랑 못하는 탐닉으로부터 벗어나는 일,
늘 비우고 소유가 작았을 때,
가벼운 몸뚱어리의 유쾌함은 
남은 시간의 여유를 마음 안으로 옮기는 슬기로움이거늘,
메마른 강둑에서 바라보아 흔들리며 비워내는 갈대의 이치도 
가벼이 겨울 강을 건너려는 속임수다.
- 박종영 "비우는 연습" 중

우리는 종종 소유가 더욱 큰 자유를 준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돈이 있으면 여행도 마음껏 다니고 사고 싶은 것 마음대로 살 수 있을텐데..." 그런데, 욕심은 욕심을 낳고, 커진 욕심은 악을 낳으며, 결국 나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옛 성인들은 비움이 우리에게 참 자유를 준다고 역설하였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이란 그릇과 같아서 무엇인가를 채우지 않으면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로 채워집니다. 비움의 역설이라고 해야할까요. 비우려는 노력이 도리어 집착이 되고 우리의 마음을 공허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참다운 비움이란 오히려 채움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으로 나의 마음을 채우는 것입니다. 무성한 잎들을 내려놓는 나무들의 가벼운 몸뚱어리는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으로 충만하려는 몸짓이 아닐까요?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참 자유를 누리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