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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기

2010년 경인년을 가족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새해에는 우리 가족, 이웃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 특히 가난과 정신적 빈곤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들을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고 큰 축복을 주시기를 기원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 날이 되는 자정 0시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나와 아내도 그 순간을 조용히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0시가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 벨이 사정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구세요?" 아내가 수화기를 받으니, 어느 독일인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아요"라고 말했다. 인사는 고마웠지만, 아기가 잠을 자고 있는 늦은 시간에 요란스럽게 하는 것이 조금 불쾌했다. 거기까진 좋았다. 문제는 새벽 2시까지 계속 벨이 울리는 것이었다. 다른 집에도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2시까지 계속 벨을 울리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뿐만 아니다. 다음 날 밖에 나가보니, 내 자전거의 안장은 부서져 있고, 바퀴의 바람은 빠져 있고 자전거에 부착된 바구니도 사라지고 말았다. 사실 누군가가 자전거의 바람을 빼 놓고 간 것은 5개월만에 3번째다. 이상한 것은 주위에 놓인 다른 사람의 자전거는 멀쩡하고 내 자전거만 그런 일을 계속 당한다는 것이다. 내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 새해 둘째날 밤에는 위층에 사는 젊은이들이 친구들을 초대해서 새벽 12시까지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쿵광쿵광 하는 소리가 너무 심해서, 올라가서 소리를 줄여달라고 부탁하였다. 잠시 잦아드는가 싶더니 다시 시끄럽게 하는 것 아닌가? 다시 올라가서 똑똑 두드리니 이젠 문도 열지 않았다. 계속 두드리니, "또 중국인이 왔군"이란 말이 들리며 문이 열렸다. "소리가 너무 큽니다. 조심해 주세요"라고 말하니 그제서야 알겠다고 말하고 음악을 껐다. 하지만 여전히 왁자지껄 하는 소리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왜 두 번이나 주의를 주었는데도 무시하고 그렇게 떠들썩대는 것일까?

비록 직접적인 단서는 없지만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아시아인을 골탕먹이려는 의도적인 행동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생각 때문에 나는 크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웃 독일인들에 대한 분노감에 사로잡혀 나도 이들에게 똑같이 복수할까도 생각해 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 되고 말거예요"라는 아내의 만류에 마음을 접었다. 복수라는 유치한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설령 이웃 독일인들이 아시아인을 조롱하려는 의도로 일부러 우리에게 그러한 불쾌한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미움으로 대하고 똑같이 복수하겠다는 태도로 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님께서 "네 하나님을 경외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던가.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또 너를 송사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잦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엿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취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리우심이니라.
(마태복음 6:39~45)

먼저 나는 그들을 사랑으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내 물건을 훔쳐가거나 나를 조롱하더라도, 그들을 한 형제처럼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수많은 조롱과 고문 속에서도 그들을 용서하고 십자가에 못박힌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셨다. 악을 악으로 갚기 보다 악을 선으로 갚는 자가 참으로 복된 사람이다.

더 나아가 그러한 억울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세상의 많은 이들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먹을 음식과 집이 없어서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들, 전쟁의 공포 속에서 떨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세계 도처에 많이 있다. 자전거 하나 망가졌다고 투정부리기보다 고통받는 이웃들을 걱정하는 넓은 마음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국제 아동봉사단체인 Reaching Hearts for Kids의 설립자이자 운영자인 나의 존경하는 친구 Norma Nashed씨는 병환으로 고생하면서도 크리스마스 기간 중에 외롭게 지내는 고아들을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이처럼 예수님을 따라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노력 속에서 세상은 더욱 밝아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2010년은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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