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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그르노블과의 달콤한 입맞춤

그르노블 (사진 출처: ELC Europe 2009)


프랑스의 그르노블(Grenoble)에 온 지 하루가 지났다. 유럽의 남부 지역이라 날씨가 더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북부지방보다 더 추웠다. 아마도 알프스 산맥 아래에 위치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날이 밝아오자 하늘에 닿을 듯이 높다란 산을 어디서든 볼 수 있었다.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도시라고 해야 할까. 일정이 바빠 시내를 둘러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독일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프랑스적인 냄새를 물씬 맡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있다.

이렇게 그르노블과 입맞춤을 한 첫 날도 어김없이 주님의 손길을 곳곳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함께 일하게 된 박사는 예상 외로 키가 큰 편이었고 수학자답게 냉철해 보여서 오히려 독일인처럼 느껴질 정도였지만, 차츰 대화를 하면 할수록 다정하고 친절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거주할 곳과 일하게 될 사무실 등을 일사천리로 준비해 주셨고, 대화도 잘 통하는 편이었다.

나는 가급적 만나는 사람마다 사랑의 눈길로 쳐다보려고 노력했다. 사실 그것은 내게 매우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 오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일하는 동료의 눈길을 피하기 일쑤였고, 주위 사람들에게 쉽게 말을 걸지 않을 정도로 인간관계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렇게 이웃에게 마음을 꽉 닫아버렸던 내가 사람들을 사랑의 눈길로 쳐다보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로 한 까닭은 “주님께서 주신 그 사랑으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자”, “주님을 대하듯 이웃을 사랑하자”라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외롭게 헤매던 나의 손을 잡아주셨던 주님. 주님께서 나의 친구가 되어 주셨듯, 나도 마음을 열고 이웃의 친구가 되어 그들을 주님을 대하듯 사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니, 더 이상 사람이 두렵지 않았다. 물론, 아직은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지만, 이런 노력을 꾸준히 계속한다면 분명히 나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런 변화를 허락해 주신 주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료가 바쁜 와중에도 퇴근할 때 슈퍼마켓까지 동행해 주고 집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집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면서 아내와 어머님이 준비해 준 여러 가지 음식들을 다시 살펴보니 또 다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독일의 한국인 친구가 안부를 물어보며 좋은 결과 얻으라고 격려까지 해 주었다. 이렇게 오늘은 감사한 일로 가득 했고, 주님의 떡과 사랑을 나누려고 노력했던 고귀한 하루였다.

내일은 주님께서 어떤 선물을 주실까? 주님께서 주신 그 떡과 사랑을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 뿐만 아니라 스쳐지나 가는 사람들과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그들이 내 작은 몸짓 하나하나를 통해서 주님께서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지 배우게 된다면, 또 내가 그들 안에 있는 주님을 발견하고 깨닫게 된다면 그처럼 큰 기쁨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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