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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지옥의 문 앞에 선 크리스찬



며칠 전 폴 워셔(Paul Washer) 목사에 관한 글(2011/03/24 - 폴 워셔, 영원을 위해 사십시오!)을 쓴 적이 있다. 애원하는 듯한 설교, 다소 과격한 말투와 몸짓... 처음에 거부감으로 다가오는 그의 말투와 행동들이 이제는 내 가슴에 큰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언젠가 어느 목사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당신은 예수를 믿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천국에 간다는 사실을 분명히 믿습니까?"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과연 예수를 믿는다고 입술로 고백한다고 해서 모두 천국에 갈까? 그래서, 내가 그에게 되물었다.
"같은 크리스찬이라도 선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악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두 사람이 모두 천국에 가는 것입니까?"
그는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다만 천국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선하게 살았던 사람은 더 높은 등급의 천국에 갈 것이요, 악하게 살았던 크리스찬은 비록 낮은 등급이지만 그래도 천국에 갈 것입니다."

목사님의 말씀처럼, 예수를 진정으로 믿으면 반드시 천국에 간다는 사실을 나도 믿는다. 바울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로마서 8:1~2)라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예수를 참되게 믿고 있다는 착각이다. "나는 세례도 받았고 주님을 오랫동안 믿었느니 천국에 가는 티켓을 확실히 갖고 있음을 굳게 믿어. 나는 천국에 반드시 갈 거야"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세례를 받은 후 새 사람이 되었으니, 이제 하나님의 자녀이고 아무리 죄를 지어도 지옥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로마서 8장의 말씀을 굳게 믿는다. 그런데, 자세히 그 말씀을 뜯어 보자. '정죄함이 없는', 즉 심판을 받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여야 한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세례를 받으면, 혹은 정기적으로 주일 예배에 참석하거나 교회 사역에 열심히 봉사하면 되는 것일까?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선교사나 목사로서 일하면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 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 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
(마태복음 7:21~23)

예수님은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 즉 크리스찬 모두가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얼마 동안 묵상한 후에 나는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세례를 받았다고 해서, 교회 예배에 열심히 참석한다고 해서, 집사나 권사가 되었다고 해서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예수님께서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동생들이냐 하시고 손을 내밀어 제자들을 가리켜 이르시되 나의 어머니와 나의 동생들을 보라.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하시더라" (마태복음 12:48~50)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세례를 받았다고 해서 하나님의 자녀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대로 하는 자가 바로 진정한 하나님의 자녀이다. 세례는 천국에 가기 위한 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죽을 때까지 진정한 믿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지 않는다면, 온 몸을 다해서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려는 정성의 노력을 계속 하지 않는다면, 예수께서 말씀하셨듯 우리는 결단코 천국에 갈 수 없을 것이다. 폴 워셔는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님을 찾지도, 하나님께 다가가지도 않았고, 하나님을 거역했을 뿐 아니라 모든 하나님의 말씀을 짓밟았습니다.
우리가 한 일이라고는 죄 짓는 일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에게 하나님의 분노가 있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지옥에서 고통받을 것입니다.

'내가 무슨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했느냐'고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저는 열심히 교회 봉사도 하고 그 누구보다도 가난한 자를 위해서 헌신하지 않았습니까?"라고. 그런데, 우리가 천국의 문을 두드릴 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라고 말씀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폴 워셔는 크리스찬이라면 누구나 천국에 간다고 가르치는 교회 지도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여러분은 하나님이 자기 안에 거하시길 원했기 때문에 크리스찬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복음주의 사상가들이 우리가 예수님을 우리 안에 초대하기만 하면 확실히 거하실 것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성경책 어디를 봐도 그런 말씀은 없습니다.

하나님이 거하시길 원했기 때문에 내가 구원받았다고 말하는 것은 칼빈주의(Calvinism)의 대표적인 교리 중의 하나이다.[각주:1] 칼빈주의 전통에 의하면 참된 믿음은 하나님이 주셔야만 얻게 되는 '무조건적인 선택' (Unconditional election)이며, '저항할 수 없는 은총' (Irresistable Grace)에 의해서 하나님이 믿음을 주시기로 작정한 사람은 반드시 구원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 교리를 잘못 해석하여 '하나님이 원하셔서 내가 예수를 믿게 되었으니 어떠한 죄를 지어도 나는 반드시 구원에 이르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 폴 워셔는 이러한 잘못된 믿음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분, 구원은 우리가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을 때만 얻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죄의 회개를 통해서만 채울 수 있는 것입니다.
죄를 멀리하고 하나님이 증오하는 것을 증오하며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것만 사랑하십시오.
거룩함 속에서 성장하고, 세상적인 것을 멀리하며 무늬만 크리스찬이 아닌 오직 예수님만을 따르는 크리스찬이 되기를 갈망하십시오.


내 곁에 오신 예수님 (출처: RPM Ministries)


믿음은 성령의 도우심 속에서 우리가 진심을 다하여 나아가야 얻게 되는 자발적 선택(Voluntary election)이며, 구원은 믿음, 회개, 사랑, 거룩함 속의 성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전에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전세계에는 예수를 믿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크리스찬들이 있다. 그들은 이제 복음이 전파되지 않는 곳까지 누비며 열심히 전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 많은데 왜 세상은 아직도 천국과 같지 않은가? 전쟁과 증오와 죄악이 오히려 이전보다도 더욱 활개치고 있다. 예수를 진정으로 믿는 사람이 단 1%만 있다고 해도 세상은 지금보다도 더욱 나아지지 않았을까? 예수를 '주'라고 고백하는 사람은 많지만, 예수님이 기뻐하는 참된 사도는 아마도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예수님이 기뻐하는 참된 제자일까? 결코 결코 아니다. 나는 죄악의 술에 취해 있으며, 교만과 정욕으로 날마나 씨름하고 있다. 거룩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죄인 중의 죄인이다. 폴 워셔가 호소했던 것처럼 깨어나고 싶다. 진정으로 회개하고 진정으로 주님의 발 앞에 무릎 꿇고 주님의 기쁨이 되고 싶다.

  1. 칼빈주의 5대 강령은 전적 타락 (Total Depravity), 무조건적 선택 (Unconditional Election), 제한 속죄(Limited Atonement), 불가항력적 은총(Irresistable Grace), 성도의 견인 (Perseverance of Saints)으로 요약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