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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바울, 벼랑 끝에서 외치다


바울 (출처: 박영철 목사의 블로그)



요즘 성경말씀을 읽는 시간이 부쩍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려워서 성경을 펴 들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요즘은 성경을 읽는 것이 그렇게도 재미있을 수가 없네요. 아마도 "현대인의 성경"과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를 읽으면서 말씀을 읽는 즐거움이 더해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거듭난 것은 썩어질 씨로 된 것이 아니라 썩지 않을 씨로 된 것이며 영원히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된 것입니다. 갓난아기들처럼 순수한 말씀의 젖을 사모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신앙이 자라 구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베드로전서 1:23,2:2

지난 몇 주동안 로마서에서부터 시작해서 에베소서까지 읽었는데, 이 부분들은 모두 바울의 편지입니다. 이 편지들을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수천년 전의 편지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내가 겪고 있는 내면의 문제점을 이미 고민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신앙적 해법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나는 종종 내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선한 일이 좋은 줄 알면서도 행하기 쉽지 않고, 또 악한 일은 해서는 안되는 줄 알면서도 절제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나의 모습을 보면서요. 누군가가 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무시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감에 사로잡혀 크게 화를 내곤 합니다. 또, 정욕도 나를 방해하는 큰 유혹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런 것들에 쓰러지는 나의 모습을 보며 좌절감을 느꼈던 것이 하루이틀이 아니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바울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이런 나를 위해 무엇인가 해줄 수 있는 이 누구 없습니까? 감사하게도 답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 로마서 7:24-25

이 짧은 성경 말씀이 내 가슴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나, 그런 비참한 모습의 나를 제발 구해 주세요! 그의 외침은 내 가슴 속에서 무의식 중에 끊임없이 외치던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바울은 아주 간단명료하게 해답을 제시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또한 바울의 편지들을 읽으면서, 당시 초대교회의 뜨거운 신앙의 열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로마의 그리스도인처럼 뜨거운 신앙의 모습을 볼 수 있는가 하면, 고린도교회의 이야기로부터 오늘날 타락한 교회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바울이 고린도의 그리스도인에게 훈계하는 말씀들은 마치 오늘날 타락한 교회, 타락한 내게 아주 직설적으로 말씀하는 듯 했습니다. 사실 나를 돌아보자면 고린도의 타락한 성도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삶을 살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지체인 여러분이 창녀의 지체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창녀와 결합하는 사람은 그녀와 한몸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음란을 피하십시오. 사람이 짓는 모든 죄는 몸 밖에서 일어나지만 음행하는 사람은 자기 몸에게 죄를 짓는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5-18

지금까지 우리는 오직 믿음만으로 구원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바울도 자신의 대부분의 편지에서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는 믿음보다 믿음에 따르는 행동의 중요성에 대해서 더 많이 역설하였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고린도교회의 성도들은 믿는다고 하면서도 행위는 오히려 타락한 비신자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면 참된 믿음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야고보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이여, 행동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아무 쓸모없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사람이 의롭다는 인정받는 것은 행동으로 되는 것이지 믿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영이 없는 몸이 죽은 것처럼 행동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야고보서 2:20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믿음으로 나아가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요. 하지만, 바울처럼 그 길을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서, 바울의 편지를 다시 한번 읽어 봅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며 모든 일에 머리 되신 그리스도를 닮아가야 합니다. - 에베소서 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