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 - 하영희 작 (출처: mu-um.com)
올해도 나는 김장김치를 담지 않았다.
"김장독 깨끗이 씻어서 뒤뜰에 묻어 놓았습니다.
맛있는 김장김치 나누어 먹읍시다. 뒤뜰에 빈 김장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안부로 전화를 한 지인들이 어찌 그냥 지나치고 말겠는가.
며칠 후면 항아리에 이 집 저 집의 정성이 담긴 김치들로 채워지고 서로 섞이며 익어서
색다른 맛으로 익어 가는 것이다.
- 박남준 "산방일기"중
11월이 되면 이웃 아주머니들과 함께 김장김치를 수십포기 담그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김치를 담그실 때면 옆에 앉아 한 입만 입에 쏘옥 넣어달라고 졸라대곤 했습니다. 이웃들과 김장김치를 주고 받던 정겨운 모습들. 요즘에는 마켓에서 사 먹고 말지만, 옛날에는 김치에 그런 구수한 정이 있었지요. 그런 정내음 나는 김치가 그립습니다.
그리스도인의 공동체인 우리 교회는 그런 정내음 나는 김장독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집 저 집의 정성이 담긴 헌신들"로 채워지고 색다른 맛이 어우러져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가 발산되는 교회. 그런 교회에서 아름다운 교우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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