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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예수천국 불신지옥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출처: Kepa)



최근 며칠 동안 내 마음은 매우 무겁고 힘들었다. 주일 예배를 통하여 큰 힘과 용기를 얻었지만, 집에 돌아온 순간부터 내 마음은 다시 영적인 전쟁에 휩싸였다. 우선, 최근 전개되고 있는 많은 신학적 논쟁들이 나를 괴롭혔다. 롭 벨(Rob Bell) 목사가 말한 것처럼 '지옥은 없으며 인간은 죽어서 모두 천국으로 가는 것'일까? 예수님을 믿지 않는 모든 이교도들은 지옥에 가는 것일까? 반드시 예수를 믿어야만 천국에 가는 것일까?

이러한 신앙적 질문 뿐만 아니라, 몇몇 주위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성공과 명예와 부귀에만 관심이 있었고 그것을 자랑하기를 즐겨했다. 어떤 이웃은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자신이 직장에서 얻은 성과를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기 바빴고, 어떤 이웃은 자기 가족이 큰 상을 받게 되었다고 자랑했다. 그들 속에 있다보면 나 역시 왠지 모를 압박감 속에 사로잡혔고, 하루라도 더 빨리 성공과 명예와 부귀를 위해 내달려 그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으로 낙인찍혀 숨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나는 하나님을 다시 잊어버렸고 그냥 자신을 내버려두기 시작했다. 정욕, 미움, 질투, 시기 같은 감정같은 여러 가지 악한 마음들이 이전보다도 더 강하게 나를 흔들어 놓았다.

영적 전쟁에 시달렸던 참으로 부끄러운 한 주였다. 그런데 한편으로 내 마음은 오히려 더욱 담대해졌다. 사실 나는 예전에 '비록 예수를 믿지 않더라도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구원받을 수 있다'는 보편구원론자였다. 타 종교와의 불화를 조장하는 기독교의 편협성을 가장 증오하던 나였다. 하지만, 이번 한 주간의 영적 전쟁과 묵상을 통해서 내가 내리게 된 결론은 놀랍게도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다. 믿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 나 역시 믿기 전에는 구역질 날 정도로 듣기 싫었던 말 아니었던가?

조엘 오스틴(Joel Osteen)같은 온건주의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저도 예수님을 믿습니다. 하지만 누가 구원을 받고 구원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께서 판단할 일입니다. 오직 저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삶으로써 그리스도의 길을 보여주는 것 뿐입니다.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우리의 친구입니다." 사실 나도 아주 오랫동안 이러한 온건한 견해를 가져왔다. 불교, 이슬람 등의 타 종교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참된 종교가 아니며 사랑을 실천하는 것만이 그리스도인이 할 일이라고 여겼다.
내가 땅의 일을 말하여도 너희가 믿지 아니하거든 하물며 하늘의 일을 말하면 어떻게 믿겠느냐 
하늘에서 내려온 자 곧 인자 외에는 하늘에 올라간 자가 없느니라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려 하심이 아니요
그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 
그를 믿는 자는 심판을 받지 아니하는 것이요 믿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의 독생자의 이름을 믿지 아니하므로 벌써 심판을 받은 것이니라 
그 정죄는 이것이니 곧 빛이 세상에 왔으되
사람들이 자기 행위가 악하므로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한 것이니라 
악을 행하는 자마다 빛을 미워하여 빛으로 오지 아니하나니 이는 그 행위가 드러날까 함이요 
진리를 따르는 자는 빛으로 오나니
이는 그 행위가 하나님 안에서 행한 것임을 나타내려 함이라 하시니라
(요한복음 3:12~21)
예수님은 죄에 빠진 우리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시기 위해서 오신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심판하러 오신 것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기도 하지만 '공의의 하나님'이기도 하시다. 그러므로 결론은 아주 단순해진다. 빛으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는 자는 구원받을 것이요, 믿지 않는 자는 심판을 받을 것이다. '선하게 살면 누구나 구원받을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얼마나 교만한 생각이었던가!

그런데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그저 입술로만 예수를 시인하고 믿는다고 고백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수를 믿는다고 말하면서 마음 속에는 온갖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하고 악을 서슴없이 행한다면, 그것은 우상을 섬기는 것에 불과하다. 존 파이퍼(John Piper) 목사는 악을 행하지 않고 선을 행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 내 모든 것을 모조리 버리고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온전히 주님께 드리는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를 믿는다고 고백하면서 세상에서의 성공을 바라고 돈을 많이 벌기를 바란다면, 그가 섬기는 예수는 무엇인가? 아마도 나를 성공하게 하고 돈을 많이 벌게 해 주는 슈퍼맨같은 예수일 것이다. 그런 예수님이라면 누구라도 믿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그런데 수천년 전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시는 그런 슈퍼맨이 아니셨다.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가시나무 왕관을 쓰시고 나를 믿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면 천국에 이를 수 있다는 복음을 선포하셨다.

지금까지 우리가 슈퍼맨같은 예수를 믿었다면, 갈기갈기 찢어서 지금 당장 쓰레기통에 버리자.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우리를 참으로 죄에서 구원하게 해 주시며 자유롭게 해 주시는 참된 예수님을 믿고, 그 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임을 믿자. 주님은 우리에게 성공과 부귀가 아니라 처절한 고난을 주신다. 우리에게 참 자유를 주기 위해서. 그 고난을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