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속에서

평범한 목수이신 예수




올 봄 저의 계획은 그 동안 밀린 논문을 쓰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나의 개인적 성취를 위한 논문이 아닌 주님의 기쁨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목수로 일하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어떤 심정으로, 어떤 태도로 일하셨을까요?
'오늘 몇 개의 의자를 더 팔 수 있을까?'
'오늘 수입은 꽤 짭짤하겠는데? 수입 들어오면 헌금이나 좀 더 내자.'
이런 생각을 하며 의자를 만드시지는 않았을 테지요.

'나는 단지 수입을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먹고 살 의식주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다 주신다.
하나님께 드리듯 이 손님을 위해 의자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드리자.
내가 만든 의자를 통해서 손님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놀라운 은총을 체험하도록 하자.
이 의자를 통해서 하나님의 떡과 사랑을 나누자.'

이런 아름다운 생각을 하며 정성스럽게 의자를 만드는 평범한 목수, 주님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또, 목수의 일을 하셨던 경험이 인간으로서 갖는 고뇌와 가난한 사람들의 애환과 슬픔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렇다면, 나는 연구자로서 어떻게 하면 주님의 모습을 닮을 수 있을까요.

제가 이곳 독일의 연구소에서 일하게 된 것은
제 능력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인도하심 덕분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없었다면, 오늘 제가 여기서 일하게 된 것은 불가능했겠지요.
다만 하나님께서 왜 제게 이러한 일을 하도록 인도하셨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일이 하나님께서 주신 일이며
이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연구한다.
내가 마주하는 것은 그저 컴퓨터일 뿐이지만, 나의 논문은 결국 다른 과학자들이 보게 될 것이다.
내 논문을 통해서 그들이 하나님의 은총을 체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논문은 그저 논문이고, 과학은 그저 과학일 뿐이다.
하지만, 내 논문에 담긴 모든 성과들을 온전히 하나님의 능력과 은총으로 돌린다면,
간접적으로나마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은총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과학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보이고 싶다.
과학을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지 보이고 싶다.
또, 내가 만나는 모든 동료들에게도 온화하고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대하자.'

내 능력을 자랑하기 위한 일이기 보다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일하기 보다는,
논문 개수 늘리기 위해 일하기 보다는,
더 뛰어난 인재가 되기 위해 일하기 보다는,
그저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공부하기 보다는,
아주 티끌만큼 작은 일이라도 온 힘을 다하여 주님의 떡과 사랑을 나누는 일이 된다면,
아주 작은 시간이라도 낭비하지 않고 주님을 만나는 시간이 된다면,
제게는 더 없이 행복할 것입니다.

제가 쓰는 논문 하나하나에 온 심혈을 기울여 주님의 떡과 사랑을 나누는 열매가 맺어지길 소망합니다.
또, 이 평범한 일을 통하여 내 가족과 이웃을 더욱 품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