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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노트

꽃의 그늘, 그늘 안의 꽃

Winter Tree (출처: Soul Art Studio)

 

매화나무나 벚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목련도 개나리도 진달래도 꽃이 먼저 핀다.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부터 보여준다. 참으로 순수한 열정이다.
나뭇가지의 어디에 그런 꽃이 숨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겨울에 그들은 한낱 불품없는 나뭇가지에 불과하다. 색깔도 거무튀튀하다.
먼지가 쌓여있고, 가끔 새똥도 묻어 있고, 어떤 것은 검은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어딜 보아도 아무데도 쓰일 데가 없는 무가치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놀랍게도 꽃을 피워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나를 아름답게 한다.
- 정호승의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중

사람에게도 화려하게 꽃피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볼품없는 시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세히 뜯어보면, 화려한 시기에도 내면에는 볼품없는 모습이 공존하고 있고,
볼품없는 때에도 내면에 아름다운 마음이 있음을 봅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겠지요.
볼품없어 보이는 사람도 내면에 큰 아름다움이 있음을 볼 수 있고,
화려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내면에는 아픔과 상처가 있음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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