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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진정한 사랑

사랑의 싹 (출처: 호평교회)



고린도전서 13장은 아마도 성경의 모든 부분 중에서 내 가슴 속에 큰 감동을 주는 가장 극적인 말씀이 아닌가 싶다. 모든 사람이 그토록 구하는 것, 그것은 바로 '사랑(love)'이다. 갓 태어난 아기에서부터 청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가장 간구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런데, 사랑이란 그토록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임에도 도대체 무엇인지 참으로 알기 어렵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렇게 알기 어려운 '사랑'이란 어떠한가에 대해서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3장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고린도전서 13:1~3)
아무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언변으로 진리를 말할지라도, 아무리 큰 지혜와 남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어도, 사랑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 결정적인 것은, 내가 아무리 내 목숨을 내어줄 정도로 이웃에서 봉사하고 헌신할지라도, 거기에 사랑이 없다면 아무런 유익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말씀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어떠한 신앙을 가져야 하는지, 또한 진정한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분명한 지침이 된다.

가령, 교리의 문제로 교파가 갈라지거나, 예수를 믿는 종파끼리 서로 다투는 일들은 거기에 사랑이 없기 때문에 일어난다. 또한, 그리스도인이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것도 그리스도인의 마음 속에 진정한 사랑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 복지에 많은 기여를 하고, 때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데 가장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교만와 위선으로 가득하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태석 신부가 수단의 톤즈 마을에서 의료봉사를 하러 갔을 때, 처음에는 주민들의 병과 상처를 치료해 주는 것이 자신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과 오래 지내면서 차츰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함께 있어주고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을 더욱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후부터는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다고 한다. 이처럼, 아무리 그럴 듯한 교리로 무장한 종교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요, 가장 단순한 교리를 가진 종교일지라도 하나님의 큰 사랑으로 충만한 교회라면 세상의 빛이 된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린도전서 13:4~7)
인내, 온유, 시기하지 않음, 자랑하지 않음, 교만하지 않음, 무례히 행치 않음,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음, 성내지 않음, 악한 것을 생각지 않음, 불의를 싫어하고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마음, 참음, 온전한 믿음과 소망 등이 사랑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참으로, 이와 같은 사랑을 준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를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믿는다. 그런데, 진정한 믿음이란 무엇일까? 그저 입술로만 고백하면 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고린도전서 13장에서 말하는 그런 사랑을 온전히 실천할 때 그것이 진정한 믿음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독교가 '믿음'만 강조하는 종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독교는 '믿음'의 종교인 동시에, '사랑'의 종교이다.[각주:1] 사도 바울은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고린도전서 13:13)
사랑이 없는 믿음은 진정한 믿음이 아니요, 믿음이 없는 사랑도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믿고 그 분을 따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나날이 깨닫게 된다. 고린도전서에서 말한 그 사랑을 완전히 실천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셨다. 값 없이 우리에게 사랑을 주셨고, 십자가에 못박는 사람들을 위해서조차 기도하셨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을 묵상해 본다. 주님의 말씀은 길을 잃고 헤매이던 우리를 향한 구원의 메시지였고, 주님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주셨다. 어떻게 하면 예수님의 사랑으로 충만하여 이웃과 그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아직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조금씩 그 길로 나아가고 싶다. 그 진정한 사랑이 주님을 따르는 우리의 가슴 속에 살아숨쉬어 사랑으로 충만한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본다.



  1. 혹자는 개신교는 믿음만으로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가톨릭은 믿음 뿐만 아니라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큰 오해이다. 본질적으로 믿음과 실천적 행위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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