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묵상 에세이

청빈(淸貧)


전에 어떤 대형교회의 목사가 "예수를 믿으면 복을 받고 잘 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며, 자신이 부유하게 사는 것도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며 가난보다 부귀가 더 낫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즘 미국에서 인기있는 조엘 오스틴(Joel Osteen) 목사도 "더 높은 꿈과 축복을 기대하라"고 말하며 비슷한 내용의 설교를 하곤 한다. 청빈한 삶을 추구했던 목사 아버지보다 더 부유한 삶을 꿈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왠지 부유한 삶보다는 가난한 삶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에게서 더욱 아름다움을 느낀다.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San Francesco d'Assisi, 1182~1226)는 청빈한 삶으로 유명하다. 그의 아버지는 굉장한 부자였지만, 프란체스코는 오히려 돈을 이웃에게 나눠줄 뿐이었다. 아버지는 보다 못해 자신의 재산을 아들에게 넘겨 주지 않기 위해 아들을 주교 앞으로 끌고갔다. 프란체스코는 수많은 군중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지고 "제가 가진 모든 돈과 유산을 아버지에게 돌려 드립니다"라고 말하고 아버지를 떠났다고 한다.[각주:1] 그리고 그는 가난한 수도자가 되었다. 그 가난은 영적인 가난을 위한 과정이었고, 그는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은 순결한 영혼으로 예수님을 닮아갈 수 있었다.

성 프란체스코 (사진 출처: 경향신문)



20세기 세계를 이끌어 갔던 미국도 근면과 청빈한 삶을 추구했던 청교도 정신으로 세워졌다. 청빈한 삶이 그들의 신앙을 지켰고 오늘날의 미국을 강대국으로 이끌어갔던 것이다. 배부르고 부유한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을 순결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청빈하라고 해서 부자가 되지 말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부자가 되어야 한다. 주님의 말씀대로 살면 물질적인 축복도 우리에게 주어진다는 그 대형교회 목사의 말씀은 일리가 있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자와 이웃을 위해서 모두 써야 하고, 자신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지비용만 갖고 있으면 된다. 요즘 소셜 네트워크로 인기있는 페이스북을 창립하여 억만장자가 된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는 기부서약 운동(The Giving Pledge)에 동참했다고 한다. 주님의 축복으로 부자가 되었을 때 내려놓을 줄 아는 겸손과 용기가 그리스도인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하면 요즘 같은 물질주의 시대에 성 프란체스코가 했던 것처럼 청빈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돈, 음식, 성적인 욕구 등 우리의 눈을 유혹하는 자극적인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오늘날은 성 프란체스코가 살았던 중세 시대보다 청빈한 삶을 살아가기가 더욱 어려운 시대다. 그가 했던 것처럼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란체스코의 정신, 즉 '예수를 온전히 닮으려는 정신'만은 오늘날의 시대에도 변함이 없이 적용되어야만 한다. 성경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한쪽 손 마른 사람이 있는지라 사람들이 예수를 고발하려 하여 물어 이르되 안식일에 병 고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 중에 어떤 사람이 양 한 마리가 있어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졌으면 끌어내지 않겠느냐  
사람이 양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 그러므로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옳으니라 하시고  
이에 그 사람에게 이르시되 손을 내밀라 하시니 그가 내밀매 다른 손과 같이 회복되어 성하더라  
(마태복음 12:10-13)

원래 당시 율법으로는 안식일에 병을 고치면 안 되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율법보다 중요한 것이 생명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처럼 청빈한 삶의 방식도 시대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 중심에는 변함없이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이 있다. 

시시각각 많은 물질적인 것들이 우리를 유혹하여 무기력하게 쓰러지곤 하지만, 성 프란체스코가 추구했던 그런 청빈한 삶과 예수를 닮으려는 정신이 온전히 우리의 가슴 속에 꽃피기를 소망한다. 성 프란체스코와 같은 주님의 참된 제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면 분명히 세상은 천국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1. 관련 기사 "가난한 마음과 결혼한 수도자, 성 프란체스코"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4503093&cloc=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