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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

사람은 빵 보다는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다. 지난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볼 때, 빵을 먹었던 시간 보다는 사랑을 주고 받았던 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작년 직장을 잃어 견디기 힘든 외로움과 좌절에 빠져 있을 때 곁에서 위안이 되어 주시고 아낌없는 격려를 해 주신 Augsburg 한인교회의 조대웅 목사님도 그렇게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분이다. 인사를 못 드린 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 차마 뵙지도 못하고 이제 곧 한국에 귀국하신다고 한다. 왜 이리도 아쉬운 마음만 밀려 오는지. 

다시 눈을 돌려 내 아내와 아들, 딸을 바라보았다. 종종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지만 가까이서 동고동락을 함께 했던 아내, 온갖 귀여운 애교로 나를 기쁘게 했던 아들과 딸. 가족과 나누었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뿐만이겠는가? 지금까지 나를 키워주셨던 어머니, 아버지의 극진하신 사랑이 없었던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겠는가? 지금까지도 나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이라도 던져 주실 것만 같은 부모님이다. 

새삼 깨닫게 된다. 지금껏 사랑을 먹고 자랐고 사랑 없이는 단 하루도 숨을 쉴 수 없다는 사실을. 하느님께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사랑으로 하염없이 부족하고 죄 많은 나를 잠시도 버리지 않으시고 선한 길로 인도하여 주셨던 것이다. 부모님을 통해서, 친구를 통해서, 가족을 통해서, 그리고 스승을 통해서. 하느님은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 내게 사랑을 주셨고 지금도 주고 계신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섬기는 것은 곧 내 가족과 이웃을 섬기는 것이리라. 

어린이에게 음식을 먹이는 마더 테레사 (출처: davidputmanlive.com)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것이 어쩌면 인생의 전부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도 캘커타의 성녀 마더 테레사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과 나는 고귀한 일을 하기 위해 창조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아무런 목적도 없이 우리가 창조되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 위대한 목적이란 곧 사랑하는 것, 사랑받는 것이 아닐는지요. - 앤터너 스턴의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중
책상에서 논문을 읽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내 직업 속에서도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참 부끄럽지만 아직 내 일을 사랑으로 행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고백해야만 하겠다. 학자로서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의 신비에 대한 경외, 그리고 하느님이 주신 직업에 대한 사명감 이런 것들이 내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기도하는 마더 테레사 (출처: uniqueebook.com)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읊으며 이 기도처럼 살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심게 하고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심게 하고
불화가 있는 곳에 일치를 심게 하소서.

오류가 있는 곳에 진리를 심게 하고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심게 하고
절망이 있는 곳엔 희망을 심게 하소서.

어둠이 있는 곳엔 빛을 심게 하고
슬픔이 있는 곳엔 기쁨을 심게 하소서.

오, 거룩하신 주님,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할 수 있도록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할 수 있도록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할 수 있도록 저를 도우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죽음으로써 새롭게 영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