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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마을

담쟁이처럼


▲ 담쟁이 (원본 위치 by chitsol)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의 <담쟁이>

여러분도 아마 담쟁이를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저는 담쟁이덩굴에 뒤덮인 고려대 건물이 제일 생각나네요. 
그 건물 앞의 잔디밭에서 조용히 앉아 이런 저런 명상을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 생각나는 게 있어요.
군대에 있을 때 높다란 부대 울타리에 담쟁이 덩굴이 있었거든요.
그 담쟁이 덩굴을 보며 생각했죠.
"난 울타리를 못 넘어가는데 너는 잘도 넘어가는구나."

그 높은 벽을 타고 올라가 건너편 세상을 보기까지 담쟁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다른 잡초들이 높은 벽을 보며 아예 올라갈 생각도 하지 않고 땅에서 맴돌고 있는 동안,
담쟁이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그 높은 벽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올라간거죠.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그냥 땅에서 편하게 살아라, 땅에 맛있는 것도 많고 모든 게 다 있지 않니.
그 벽에 먹을게 뭐가 있다고 그 고생을 하니.
얼마나 주변 잡초들의 비웃음과 조롱에 시달렸을까요?

하지만 담쟁이들은 서로 꼭 손잡고 절망의 벽을 올라갔죠.
저 위에는 또다른 아름다운 세상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죠.

담쟁이들이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꼭 손을 잡고 있는 것 보셨나요?
혼자 가면 쉽게 쓰러지지만, 서로 손을 잡고 영양분을 주고 받으며 탄탄하게 나아가니 더 힘차게 올라갈 수 있는 거죠.

결국 담쟁이는 아무도 넘지 못한 벽을 넘고야 맙니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부대 울타리 벽 너머의 세상을 보게 된 것이죠.
네. 바로 자유를 얻은거죠.

만약 여러분께서 넘기 힘든 벽이 있다고 느끼신다면,
사귀고 싶은 여자친구 또는 남자친구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기가 어렵다고 느끼신다면,
내가 추구하는 참된 가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미움으로 가득하다면,

묵묵히 서로 손을 꼬옥 잡고 절망의 벽을 기어올라갔던 이 담쟁이 덩굴을 기억해 주세요.
혼자라구요?
네, 먼저 혼자 올라가세요.
그럼 내 손을 잡고 같이 올라가는 친구가 반드시 나타날 겁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그 친구의 친구가, 또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계속 나타나 결국 그 절망의 벽을 뒤덮고 울타리 위의 세상을 보게 될 거니까요.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죠.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마태복음 7:13~14)
절망의 벽 앞에서 좌절하지 말고 용기있게 첫발을 내딪을 수 있는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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