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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영혼을 훔치는 도둑

하나님께서 때로 시련이나 어려운 일을 통하여 우리에게 영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심을 종종 느낄 때가 있다. 최근 수차례 물건을 도둑맞으면서 계속 원망만 쌓아왔지만, 이러한 일들 속에서 내 안에 있는 이기적인 욕망과 죄악을 깨닫게 하시고, 썩어가는 육체에 집착하기 보다는 사랑과 용서를 실천함으로써 영혼을 깨끗하게 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누리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보다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다.

나는 불과 며칠 전에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기"라는 글을 통하여, 이러한 깨달음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로부터 물건을 다시 도둑맞게 되었다. 지하실에 두었던 아내의 여행용 가방이 사라진 것이었다. 사실 한 달 전에도 내 여행용 가방이 없어진 상태였다. 결국 우리는 창고에 정기적으로 들락거리는 도둑이 있음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얼마 전에도 자전거 부품을 훔쳐간 도둑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창고라니! 더구나 아욱스부르크(Augsburg)에서도 상당히 많은 물건들을 도둑맞았던 터였다. 

아무리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라지만 왜 이런 일이 계속 나에게 생기는 것일까? 나는 화가 났지만 "원수를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마태복음 5:38~44)을 상기시키며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오히려 마음은 더욱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두려움은 더해만 갔다.
"지금은 그저 작은 물건을 훔쳐가는데 지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누군가가 우리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고 해하려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든 두려움은 바로 내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왜 누군가가 나의 물건을 빼앗아가고 나를 해하려 드는 것을 두려워할까? 그것은 바로 육체에 대한 집착과 욕심 때문이 아닐까? 가령, 누군가가 내 물건을 빼앗가가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면, 그 물건이 내 소유라는 집착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어느 물건도 내 고유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다. 또, 누군가의 모욕과 조롱으로 인해서 모욕감을 느끼는 것은 내 안에 그릇된 자만감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내 육체를 해하려 하는 것을 두려워 함은 내 육체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렇듯 타인이 내 육체에 주는 피해는 조금도 용납하지 못하면서, 정작 온갖 사악하고 더러운 생각과 행동으로 나 자신의 영혼을 더럽히는 일에는 아무런 죄책감이나 분노도 느끼지 못한다. 누군가가 내 물건을 훔쳐가거나 나를 모욕할 때는 그에게 큰 분노를 느끼면서, 돌아서서는 여인의 육체를 탐닉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누군가를 깔보고 무시하며 양심을 속이는 일을 서슴지 않고 행하곤 한다. 이 얼마나 교만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인가! 

타인이 아무리 내 육체를 해하더라도 그들은 내 영혼에 털끝만큼도 손상을 입힐 수 없다. 내 영혼을 더럽히고 망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나 자신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내 물건을 빼앗아가는 것보다 더 큰 죄악은 바로 나 자신이 내 영혼에 저지르는 폭력이 아닐까?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그저 나를 모욕하고 조롱했던 사람, 내 모든 것을 앗아간 원수, 내 인생을 망쳐놓은 사람에게 자선을 베푸는 대단한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나 자신의 영혼에 가하였던 지난날의 죄악을 깨닫고 회개하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셨던 풍성한 복과 은혜에 감사하지는 못하고 도리어 내 재산이라고 여기고 물질적인 욕심에 사로잡혔던 지난 날, 여인을 그저 내 욕망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지난 날, 선한 척 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온갖 거짓말과 사악한 행동을 하는데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던 시간들... 나 역시 다른 이에게 얼마나 많은 해를 입혔으며 내 영혼을 수도 없이 때리고 상처를 입혔는지 모른다.

원수를 용서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죄를 용서받기 위함일 것이다. 예수님께서 "너희가 각각 중심으로 형제를 용서하지 아니하면 내 천부께서도 너희에게 이와 같이 하시리라(마태복음 18:35)"하신 말씀을 기억하자. 그가 없었다면 평생 내 죄를 참으로 회개하지 못하였을 것을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원수야말로 나의 큰 은인이 아닐 수 없다.

진정 나의 교만과 정욕, 그릇된 자만심, 하나님의 은혜를 몰랐던 지난 날들을 진정 회개하자. 뜨거운 회개의 눈물로부터 진정한 사랑의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샘솟는 그런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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