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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바리새인의 오류


바리새인들 (출처: godsay.tistory.com)


이런 일을 행하는 자에게 하나님의 판단이 진리대로 되는줄 우리가 아노라

이런 일을 행하는 자를 판단하고도 같은 일을 행하는 사람아

네가 하나님의 판단을 피할 줄로 생각하느냐

혹 네가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너를 인도하여 회개케 하심을 알지 못하여

그의 인자하심과 용납하심과 길이 참으심의 풍성함을 멸시하느뇨

(로마서 2:2-4)


주일예배 때마다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목사님을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은 수많은 성도들에게 전해지는데 어찌 이리도 꼭 나만을 위해 주시는 말씀 같은지요. 사실 나는 “알면서도 행하지 못한다”는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심각한 문제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왜 이렇게 내 삶 속에서 말씀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일까? 어쩌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갖고 있는 부끄러운 자화상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란 우둔해서 남의 티끌만한 죄는 빈틈없이 잡아내면서, 나의 남산만한 죄는 쉽게 망각해 버리고 심지어 언제 그런 죄가 있었냐는 듯이 살아갑니다. 나의 작은 선행이나 자랑거리는 은근히 온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라면서, 나의 부끄러운 죄악들을 아무도 보지 못하게 숨기는 데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지요. 바로 제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로마서 2장의 말씀은 저의 부끄러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습니다. 죄를 짓고도 회개하기는 커녕, ‘하나님을 믿고 구원받았으니 금방 용서해 주시겠지. 다시 열심히 살아가면 되겠지’라는 지극히 간단한 생각으로 속전속결로 해결해 버리고 맙니다. 그러고 나서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같은 죄를 다시 짓곤 하지요.


과연 내가 진정으로 회개를 한 것이었을까요? 나는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이니 하나님께서 용서해 주시리라는 생각 때문에 어떠한 죄를 지어도 그다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요? 아마도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당시 바리새인들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누가 보기에도 도덕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완벽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지만, 정작 그들 마음 속에는 이기심과 악함으로 가득했습니다. 하나님에 대해서 아는 그들의 지식은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었지만, 정작 그들은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내가 그러한 바리새인의 오류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로마서 2장 3절과 4절의 표현대로, 나의 행위는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줄 생각했고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용납하심과 길이 참으심의 풍성함을 멸시”하였습니다. 나의 마음에는 하나님을 믿는 어떠한 진정함도 없었고, 엄밀히 말한다면 나는 하나님을 전혀 믿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네가 이 일을 행하여도 내가 잠잠하였더니 네가 나를 너와 같은 줄로 생각하였도다

그러나 내가 너를 책망하여 네 죄를 네 목전에 차례로 베풀리라 하시는도다

(시편 50:21)


예수님께서 오셔서 바리새인들의 죄악을 하나 하나 드러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복음은 그 누구보다도 하나님을 섬기고 율법적으로 살아간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던 그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것이었고, 결국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만 것입니다. 그들은 자기 안의 죄악을 버리는 것 대신에 진리를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바로 그런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내 안의 죄악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인정하되 성경 안에 고이 모셔두었지요. 예수님은 그저 문자 안에서만 존재하는 분이었고, 내 삶 속에 끼어들 여지는 조금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을 구원자라고 말하면서도 나의 삶 가운데 그 분의 말씀은 구원자이기는 커녕 웃음을 주는 유머 동영상보다도 듣기에 귀찮은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미래를 멋지게 예비해 두셨음을 믿어”라고 말하면서도 나의 행동은 아무런 희망도 의욕도 없는 사람 같았고 장래에 대해서 노심초사하며 불안해 하곤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정말 내 삶을 멋지게 예비해 두셨을까? 보라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어. 인생은 그저 그런거야.’ 이런 속삭임에 더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명백한 사탄의 속삭임입니다.


그래서 기도를 해야함을 깨닫습니다. 기도란 다름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일 것입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을 때 고요함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탄의 공격을 받습니다. 사탄은 나로 하여금 복음을 믿지 못하게 하고, 부정적인 생각, 우울한 생각, 죄를 짓는 생각을 계속 짓도록 부추깁니다. 어떻게 그런 사탄의 공격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생각과 성령이 내 마음 안에 충만하다면 그러한 사탄의 속삭임에 쉽게 흔들리지 않겠지요.


이제 제 마음이 성령으로 충만하도록 끊임없이 기도하고 성경말씀을 읽고 노력해야겠습니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을 느끼는 영혼으로 변화하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