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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서로 사랑하라


On the Cross (출처: Caritas Christi Urget Nos!)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요13:34~35)

나는 예수님을 믿는다. 그 분의 말씀이 그저 내 인생의 나침반 내지는 교훈인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목적이요 전부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가고 싶은 단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예수"의 이름이다. 이런 고백만 들어본다면 그 누구라도 "저 사람 열정적인 크리스찬이군"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 두자. 나는 크리스찬이 아니었다. 그저 크리스찬이 아닌 게 아니라,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소망하던 예수님을 잔인하게 짓밟고 욕하고 침뱉고 급기야는 문 밖으로 쫓아내버린 매우 사악하고 위선적인 가짜 크리스찬이었다. 누군가가 물어볼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예수님께 소망을 두었다면서, 어떻게 예수님을 그렇게 잔인하게 대할 수 있느냐고. 슬프게도 이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사람이 내 안에 거하지 아니하면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마르나니 사람들이 그것을 모아다가 불에 던져 사르느니라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  
너희가 열매를 많이 맺으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요 너희는 내 제자가 되리라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으니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의 사랑 안에 거하는 것 같이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거하리라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이름은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어 너희 기쁨을 충만하게 하려 함이라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종은 주인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라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 내가 내 아버지께 들은 것을 다 너희에게 알게 하였음이라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열매를 맺게 하고 또 너희 열매가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라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명함은 너희로 서로 사랑하게 하려 함이라  
(요한복음 15:4~17)

이를 증거하기 위해 하늘의 재판관은 아마도 요한복음 13장과 15장의 말씀을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을 것이다. 
"당신은 예수를 믿는다고 고백했소. 하지만 예수님을 진정 사랑하지는 않았소. 오히려 이웃을 짓밟고 때리고 미워하고 욕하고 원망했으면서 어떻게 예수를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겠소? 당신이 예수를 진정 사랑했더라면 당신의 이웃을 사랑했을 것이오. 그들은 예수님이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보낸 사람들이요, 예수님의 성스러운 몸이란 사실을 진정 몰랐소? 그런데도 당신은 예수를 따르는 이웃마저도 미워하고 욕하고 그 가슴에 대못을 박았소. 그러므로 당신은 예수의 참된 제자가 아니오."

이 재판관의 물음에 난 말문을 잃었을 것이다.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기 위해 보내주신 이 모든 가족과 이웃들, 주님의 몸인 이웃들을 얼마나 괴롭히고 미워하고 짓밟았던가. 그들을 밟고 일어서려 했던 것은 곧 주님을 밟고 일어서려고 했던 것이었으며, 그들을 괴롭혔던 것은 곧 주님을 괴롭혔던 것이며, 그들을 미워하고 욕하고 침 뱉었던 것은, 결국 주님을 미워하고 욕하고 침 뱉었던 것이다. 이 자리에 서 있는 나는 그저 세상에서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죄인의 모습을 깨달을 뿐이다. 나는 이 두 다리로 십자가 아래에 서 있을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앞에 서 계신 거대한 주님의 모습을 뵈었다. 너무나 눈이 부시고 분명해서 그 순간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환상을 보았다는 것이 아니다. 이웃을 괴롭히던 나에게 도리어 이웃을 통해서 거대한 사랑의 손길을 보여주고 계시는 주님의 손길을 보고 느꼈다는 것이다. 당신을 치려던 손간 도리어 나의 두 손과 발을 부드러운 손길로 잡아주시고 굳게 닫아버린 문을 열고 내 마음에 들어오셔서 내 마음 안의 상처를 쓰다듬어주시고 위로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소망과 복을 허락해 주셨다. 기세등등하던 나의 손은 부끄러움으로 변했고, 짓밟던 그 발로 주님 앞에 무릎꿇지 않을 수 없었다. 바울이 느낀 감격도 아마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예수님을 핍박하던 그가 도리어 주님의 큰 용서와 사랑을 체험했을 때의 순간.

이제 진정 예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주님의 몸과 같이 사랑하는 예수님의 참된 제자가 되고 싶다. 수없이 쓰러지겠지만, 주님은 다시 내 손을 잡아주시고 일으켜 세워주시며 내 삶의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나를 사랑의 길로 인도해 주실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