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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나는 누구인가


인간의 창조 (1956-58, Marc Chagall)



독일 할레한인교회에서는 요즘 김현중 목사님의 지도하에 "구원의 삶" 제자훈련이 교우들의 열정적인 참여 아래 진행되고 있다. 모든 참여자들이 숙제를 열심히 해 와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후끈한 분위기는 하버드나 MIT 못지 않은 것 같다.


오늘은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로 교육이 진행되었다. 즉, '나는 누구인가?' 라는 철학적이고도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책상 위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며 나는 어디로 가는가?' 라는 질문을 써 놓고 깊이 생각했었다. 이 질문은 그 정도로 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풀기 힘든 난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해답은 성경에 모두 쓰여 있다.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창세기 2:7)


물론 나는 어머님의 뱃속에서 잉태되어 태어났다. 하지만, 우리 조상을 거슬러 아담까지 올라가면 결국 하나님께서 사람을 지으시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할렐루야! 내가 나인 것은 하나님께서 나를 지으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 존재의 이유는 하나님 외에 다른 것은 없다.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의자는 인간의 필요에 충족되면 그 존재의 가치를 다한 것이다. 매한가지로 인간도 하나님께서 기뻐하는 삶이 아니라면 어찌 참된 삶일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부르지도 찾지도 않는다. 당장 나 자신도 하루의 삶 속에서 하나님을 부르짖고 찾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난관에 빠져 있을 때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께 의뢰하면 될 것을 기어코 혼자 해결해 보겠다고 하다가 지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가 결국 하나님의 말씀에 어긋나는 죄를 저지르게 되고, 그것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죄책감조차 사라진다. 


이러한 죄의 근원은 아담과 하와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선악과를 따먹었던 그들의 죄가 인류 역사를 통하여 전승되어 오늘날 나에게까지 이른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태어날 때부터 죄인이었다는 점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순수해 보이는 아기조차도 이미 죄의 싹을 갖고 태어났다. 그러므로 내가 죄인임을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완벽한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악마의 유혹에 굴하기 쉬운 연약한 죄인이다. 내 안에서 들려오는 나직한 하나님의 목소리와 악마의 속삼임 사이에서 나는 얼마나 수도 없이 줄타기를 했으며, 그 사이에서 내 심장이 찢어질 뻔했던 아슬아슬했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지만, 지금도 죄인의 본성은 나에게서 사라지지 않았다. 끊임없이 나는 나의 육체에 박힌 죄의 유전자와 격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 한가지가 있다. 주님의 구원하심으로 나의 영혼은 완벽히 예수 그리스도 안에 속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나의 영혼은 죄의 종살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종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내가 죄를 전혀 짓지 않는 이상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악마의 꼬임에 넘어가 하나님의 품에서 떠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마치 스프링처럼 아무리 악마가 나를 이리저리 당겨도 다시 나는 하나님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죽을 때까지도 하나님을 깨닫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들은 필경 지옥에 이를 것이다. 아무리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친 유명한 인물이라고 해도 하나님을 모르고 부인하며 살았다면 천상에서 그들은 지옥 속에서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평생 오직 하나님에게만 의지하여 살아가는 이상적인 삶, 하나님을 위해 온전히 헌신하고 순종하는 삶, 그것이 내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다. 또한 평생 예수 그리스도의 놀라운 복음을 들어보지도 못할 사람들, 들어도 제대로 깨닫지 못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제대로 전하는데 쓰임이 되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