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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한 알의 밀알 되어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최영심 작, 1992, 대치2동 성당)


오늘 예배는 감동과 성령 충만이 있는 예배였다. 오랫동안 성령에 목말라하던 나에게 오늘 예배는 영적 양식을 배부르게 먹었던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예배 중 기도하는데 특별히 감동의 눈물이 흘렀던 것은 "씨앗"을 생각하면서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으로 내가 구원받았다는 것은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음으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였다는 것과 같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한복음 12:24)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으로 내가 구원받았다는 것은 교회에서 수도 없이 듣는다. 그런데, 솔직히 그것이 마음 속에 잘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믿음이 부족한 시절에는 이런 의문에 빠지곤 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셨다는데 그것은 수천년 전의 일일 뿐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예수님의 구원사역은 수천년 전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 사건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예수님은 지금도 이 세상에 살아 계신다. 어떻게?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하늘에 올라가신 이후에도 첫번째로는 열두 사도를 통해서, 그 후로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을 통해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한 사역을 계속 하고 계신 것이다.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수많은 생명을 살렸고, 그 구원받은 생명들이 다시 밀알되어 땅에 떨어져 더 많은 생명들을 살리고 있다. 이러한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 것이었다. 나 한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지나온 수천년의 세월들, 그 속에 담겨진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


오늘날 내가 구원받게 된 것는 수많은 그리스도인 선배들의 헌신과 희생 없이는 있을 수가 없었다. 가장 가깝게는 나를 전도한 아내, 나에게 복음과 사랑을 전해주신 조대웅 목사님과 김현중 목사님이 있다. 하지만 그 분들 이전에 한국에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순교한 수많은 선교사들이 있었다. 만약 그러한 헌신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예수님을 자유롭게 믿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믿지 못하겠다면 바로 가까운 이웃 북한을 보면 알 수 있다. 


나의 구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과 그 분께 자신을 드렸던 그리스도인들의 온전한 믿음과 헌신이 바로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행하신 이는 바로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제 나 역시 새로운 생명을 살리기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어야 한다. 밀알이 되기 위해서는 바로 내가 완전히 죽지 않을 수 없다. 나의 과거 역시 십자가에 못박아 죽어야 하고, 주님께서 부활하셨듯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내가 죽고 오직 내 안에 예수님의 생명으로 가득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수님을 닮는 연습을 시작하자. 일상 속에서 "이럴 때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하셨을까?"라고 스스로 물어보며 성경 속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다. 내 삶의 안위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그 분께 순종하는 삶. 몸과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듯 내 이웃을 진정으로 돌보고 사랑하는 삶.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온전히 나를 버리고 헌신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삶. 이것이 내가 원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이다. 


내가 너희에게 전한 것은 주께 받은 것이니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가라사대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식후에 또한 이와 같이 잔을 가지시고 가라사대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이것을 행하여 마실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 하셨으니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

(고린도전서 11:23~26)


주님의 떡과 잔을 마시며 우리에게 주신 소명을 되새겨 본다. 그것은 바로 주의 죽으심을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다. 나의 구원을 위하여 수많은 생명들이 밀알되어 죽어야 했듯, 나 역시 또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주님의 밀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