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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십자가의 능력을 믿는 거룩한 바보

십자가 (출처: ydm614nn.tistory.com)


지난 신앙의 세월들을 돌아봅니다. 모태신앙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거부감을 갖던 교회를 다니게 되고, 세례를 받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치밀한 계획이었음을 이제는 압니다. 그런데 세례를 받은 지 몇년이 지난 후에도, 저는 예수님을 진정한 구주로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말씀에 마음의 문은 열었지만, 말씀이 구원의 능력으로 다가오지는 못하였던 것입니다. 교회를 다니는 신자들은 많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당시 저와 같은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어느 순간 말씀과 십자가가 놀라운 구원의 능력으로 다가온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습니다. 대인관계의 문제 등으로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과거의 크고 작은 죄악들이 제 앞에 펼쳐졌던 것입니다. 잠시나마 하늘의 심판대 앞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고, 저 자신을 한없이 부끄럽게 하는 그 죄악들을 바라보며 놀랍게도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찌 나의 힘으로 이 죄악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이 죄악으로부터 나를 구원하여 주실 이는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 뿐이시다."

저로 하여금 이러한 생각을 하도록 이끄신 분은 성령님이었다고 믿습니다. 이전에도 죄책감, 좌절감, 고민 등에 사로잡히는 것이 거의 일상화 되다시피 하면서도, 이번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지는 못했지요. 그런데, 나 자신도 모르게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주님으로 고백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염없는 눈물이 저의 얼굴을 뒤덮었고, 이것이 주님을 처음 만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예수님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욱 깊어만 갔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도 주님께서는 저의 손을 잡고 영원한 생명의 길로 인도하여 주셨습니다.

십자가의 진리가 멸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받은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 됩니다.
(고린도전서 1:18)

예전에는 십자가의 진리가 그저 그런 격언처럼 느껴지던 것이 이제는 놀라운 구원의 능력,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능력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을 소망하며, 그 소망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버릴 수 있기를 원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들을 어리석다, 미쳤다 라고 말할지라도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기 원합니다. 그 길은 참으로 외롭고 힘든 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노아가 산 꼭대기에 방주를 지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웃었습니다 (창세기 6:9~7:24).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시절에 산 꼭대기에 엄청난 크기의 배를 짓는 장면을 상상해 보십시오. 참으로 상식에 어긋난 일이었습니다. 세상의 관점으로 보자면 그는 한마디로 미친 사람이었지요. 하나님의 명하심에 따라 방주 안에 들어가고 나서도 일주일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어김이 없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였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드디어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온 세상은 물에 뒤덮이게 되었습니다. 만약 노아가 적당한 믿음을 가지고 세상과 타협했더라면, 즉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참고 견디어 내지 못하였거나 방주에 들어가고서 비가 내리지 않았을 때 하나님을 의심했더라면, 그는 구원 받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는 길이란 참으로 좁은 길입니다.

당장 제 주위에서도 "신앙생활에 너무 미쳐서는 안된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됩니다. 삶을 더 윤택하기 위해서 신앙을 가지는 것이며 신앙 자체에 몰두하여 삶을 망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런데,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삶을 망치는 것일까요? 그들에게 "신앙으로 인하여 망쳐진 삶"이라는 것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마도 "부귀와 성공을 추구하는 마음을 더 이상 갖지 않음으로써 세상으로부터 멀어진 삶"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들이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바보"라고 매도한다면, 저는 기꺼이 "거룩한 바보"가 되기를 원합니다. 더욱 더 신앙에 미쳐서 그들이 말하는 소위 '망쳐진 삶'을 살아가기 원합니다. 주님!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라면,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믿고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내가 가진 그 어떠한 것이라도 포기하고 순종하며 나아갈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도록 담대함과 용기를 허락하여 주소서. 아멘.

■ 독일 할레 한인교회 김현중 목사의 2011년 12월 19~20일 새벽예배 설교말씀의 큐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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