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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큐티

주님께서 이적을 행하실 때: 두번째 이야기

가나의 기적 - 이스탄불 코라성당 (출처: withjesuslove.com)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통해서 우리는 참다운 믿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인간적인 법도로 볼 때 마리아는 예수님을 그저 아들처럼 여기고 교육할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예수님을 아들로서 대하기 보다는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로서 믿고 섬겼다. 마리아는 겸손하였고 자신의 지위를 내려놓을 줄 아는 여인이었다. 믿음은 바로 이러한 겸손과 내려놓음에서 시작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교만과 자만심으로 채워져 있는 사람이 예수님을 따를 수는 없다. 마리아의 믿음은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잘 드러난다.[각주:1]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그녀는 예수님께 먼저 구하였다 (요한복음 2:3).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다소 냉소적으로 대답하셨다.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졌다. 그래서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이 집에 포도주가 떨어졌구나” 하자
예수님은 “어머니, 나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십니까? 아직 내 때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러나 예수님의 어머니는 하인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일러 주었다.

이 말씀을 그대로 이해한다면, 예수님은 포도주가 떨어진 문제가 손님으로서 자신이 해결할 의무가 없으며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할 때가 되지 않았다고 말씀하신 것이었다. (주님께서 이와 같이 대답하신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포도주가 떨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적을 일으킨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었을 수 있다. "아직 내 때가 되지 않았다"는 말씀은 "아직 이적을 일으킬 때가 되지 않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해 볼 수도 있다. 혹자는 거절이 아니라 '잠시 기다리라'는 의미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하인들에게 예수님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주님이 이와 같이 말씀하셨으면 그냥 단념하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법도 한데, 왜 마리아는 하인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에 따르라고 지시한 것일까? 더구나, 마리아도 그 혼인잔치에서 손님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주인이 손님들에게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포도주 없이 잔치를 진행할 수도 있었다. 굳이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수님에게 도움을 청할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예수님은 거의 거절에 가깝게 대답하시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아가 이와 같이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이 메시아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여 주실 권능이 있다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거절하셨지만, 그녀는 주님께서 시키는 대로 할 순종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러한 굳은 믿음과 순종의 태도가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였고 예수님으로 하여금 이적을 일으키게 하였던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가령, 어떤 모임에서 갑자기 어떤 친구가 매우 아파 신음하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그때 다행스럽게도 그 모임에 어떤 의사가 있다. 그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의사는 자신과 관계가 없다고 도움을 주기를 거절한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할까? 이 친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그 의사 밖에 없다. 치료하는데 필요한 가능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그 의사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모임의 참석자들에게 한 마음으로 요청할 것을 권할 것이다. 이러한 정성과 노력에 의사는 결국 마음을 바꾸어 그 죽어가는 친구를 치료하게 되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졌던 것과 같은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일어난다. 직장에서, 혹은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 어려움에 처할 때가 있다. 예컨대, 연구 프로젝트에서 풀리지 못한 수학 문제로 인하여 머리를 싸맬 때가 있다. 또는 내일까지 준비하여야 할 논문이 있는데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이러한 사소한 일까지 주님에게 구하여야 할까? 복음을 전하거나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심는 일도 아닌데, 이러한 작은 일까지 주님에게 요청한다면 과연 주님께서 들어주실까?'라는 의문을 갖곤 하였다. 어쩌면, 마리아에게 대답하셨듯이 예수님께서 "그것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른다.

비록 사소한 문제이더라도 다른 방법을 구하지 않고 오직 주님께서 이 문제를 해결하여 주실 것을 믿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면, 또한 주님의 말씀에 무엇이든 순종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주님께서 간섭하여 주시고 주님의 권능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놀라운 이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아주 작은 일에서도 항상 주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1. "주님께서 이적을 행하실 때" 글 참조. http://illbegoodtree.tistory.com/14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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