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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예수님의 제자 오디션

스타 오디션 (출처: Daum 텔존)


요즘 방송가에서는 MBC의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이나 SBS의 '기적의 오디션'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도 땀을 쥐게 하는, 혼신을 다하는 출연자들의 퍼포먼스에 저도 모르게 몰입이 되더군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열정은 스크린관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한 가지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만약 제자 오디션을 보신다면 어떠한 것이 될까?"라는 것입니다. 분명히 화려한 경력이나 신들린 재능을 가진 사람을 뽑지는 않으시겠지요. 성경에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택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수님은 갈릴리 바닷가를 거니시다가 바다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 어부들을 보셨다. 그들은 베드로라는 시몬과 그의 형제 안드레였다.
예수님이 그들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하고 말씀하시자 그들은 곧 그물을 버려 두고 예수님을 따랐다.
예수님은 거기서 좀더 가시다가 다른 두 형제 야고보와 요한이 아버지 세베대와 함께 배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것을 보시고 그들도 부르셨다.
그러자 그들은 아버지를 배에 남겨 두고 즉시 예수님을 따랐다.
(마태복음 4:18~22)

시몬과 안드레, 야고보와 요한이 훌륭한 어부였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택하신 것이었을까요? 그들이 가진 어부로서의 재능이 사람을 낚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셔서 택하신 것이었을까요? 그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말씀하셨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심지어는 사랑하는 아버지마저 버려두고, '즉시' 조금도 지체함이 없이 예수님을 따라갔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 하나님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택하셨습니다. 스타 오디션에서도 심사위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끼와 재능"이지만 그것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기 인생의 모든 것을 걸 정도로 혼신을 다하는 열정" 또한 중요하게 여깁니다. 

사도 베드로와 안드레아를 부르심 - 로렌초 베네치아노 작 (출처: Daum Blog - 하늘의 별처럼 빛나라)


주님을 믿고 따른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주일마다 교회가고, 예배드리며, 새벽기도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 교회 봉사 열심히 하는 것, 성가대원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것, 십일조 열심히 드리는 것, 나아가 선교사역에 열심히 활동하는 것,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조금만 시간내면, 조금만 마음 내면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런 것들은 바리새인들도 누구보다도 모범적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누구보다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던 바리새인들을 가리켜 예수님께서는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들은 겉으로는 신앙적인 생활을 하는 듯 했지만, 사실 내면에는 악한 생각으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회개가 없었고 겸손이 없었으며, 자신의 영적 권위를 이용하여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득했습니다.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가 악한데 어떻게 선한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마음에 가득 찬 것을 입으로 말하기 마련이다.
선한 사람은 마음속에 쌓인 선으로 선한 말을 하고 악한 사람은 마음속에 쌓인 악으로 악한 말을 한다.
(마태복음 12:34-35)

바울은 그들이 믿음이 아닌 행위로 하나님을 추구했기 때문에 제 발에 걸려 넘어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의롭다 하심을 인정하지 못하고 스스로 의롭게 되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율법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지켰지만, 하나님을 진정으로 믿지 못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슨 말을 해야 되겠습니까? 하나님을 찾지 않던 이방인들은 믿음으로 의롭다는 인정을 받았는데 율법을 지키려고 애쓰던 이스라엘은 그 인정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들은 믿음이 아닌 행위로 그것을 추구하다가 장애물에 걸려 넘어진 것입니다.
그들이 하나님께 대하여 열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열심은 바른 지식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하나님에게서 의롭다고 인정받는다는 것을 모르고 스스로 의롭게 되려고 노력하며 의롭다고 인정받는 하나님의 방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로마서 9:30~32, 10:2~3)

이제 시몬과 안드레, 요한과 야보고가 그물을 던지고 있는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그들은 마음이 가난했습니다. 자신들의 죄에 부끄러워했고 그들에게 주님의 말씀이란 그 무엇보다도 달콤한 생수와 같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세상에서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영혼은 가난했습니다. 그들은 말씀을 사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말씀이 아니면, 하나님이 아니면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 줄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그들은 간절했습니다.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말씀을 듣기 위해서라면 절벽에서라도 뛰어내릴 기세였습니다. 오죽하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아버지를 버리고 즉시 예수님을 따라 나섰겠습니까? 그들은 겉으로는 그저 그물을 던지며 고기를 잡고 있었지만, 마음 속에는 말씀과 하나님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해 보셨나요? 사랑하게 되면, 밥을 먹을 때도 일을 할 때도 잠을 잘 때도 그 사람의 얼굴만 보입니다. 때로는 정신병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했습니다. 그저 그렇게 사모한 것이 아니라, 말씀 아니면 그들을 채워줄 것이 아무것도 없을만큼 사모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이 나타나셨을 때 그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요? 오랫동안 마음 깊이 사랑하는 연인을 만난 것처럼 가슴에 벅찼을 것입니다. 더구나 그런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말씀하셨을 때의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을 것입니다. 마치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여인으로부터 "당신의 연인이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감격과도 같을 것입니다. 그렇게 사모하던 예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았으니, 그들에게는 그물도, 자신의 소유하던 값비싼 배도, 집도, 심지어 가족도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조금도 주저함 없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갔던 것입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은 세상의 가장 값진 보배를 얻은 것과 같았습니다.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사람이 그것을 발견하면 다시 감추어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그 밭을 샀다.
또 하늘 나라는 아름다운 진주를 구하는 장사꾼과 같다.
그가 아주 값진 진주 하나를 발견하고 가서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그 진주를 샀다.
(마태복음 13:44~46)

시몬과 안드레, 요한과 야보고처럼 말씀을 사모하는 자, 하나님에게 자기 인생의 모든 것을 드리는 자는 주님의 제자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제자가 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회개하지 않는 자, 예수님을 진정 사모하지 않는 자는 그저 그런 평범한 신앙생활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의 제자로 택함받는다는 것은 스타 오디션에서 우승하는 것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입니다. 

두 갈래 길 (출처: blueiblog.com)


 지금 당장 내게 두 가지 선택이 주어졌을 때 나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지 상상해 봅니다. 하나는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부와 명예, 다른 하나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입니다. 어느 하나를 선택할 때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합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선택할까요? 다른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예수님의 손을 놓지 않고 믿음을 지키는 그리스도인이기를 소망합니다.